귀엽다는 감정은 왜 생길까?

작성자 마인네

인간은 참 귀여운 걸 좋아합니다. 무의식적으로 귀여운 걸 보면 한 번 더 보고 싶어 하고 보호해주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죠. 아장아장 걷는 아기나 작은 강아지를 보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고정됩니다. 혹시나 내게 다가오지는 않을까 기대감이 생기기도 하죠. 평소에 알지 못했던 대상에게 첫눈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오늘 영상에서는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강력한 감정 중 하나인 ‘귀여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귀여움이란 “모양이나 행동이 앙증맞고 곱살스러워 그 대상을 예쁘고 정겹게 여김”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는 우리가 느끼는 귀여움이라는 감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요? ‘귀여워 죽겠네’, ‘귀여워 미치겠네’라는 표현을 사용할 만큼 귀여움은 매우 강력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죠. 

귀엽다는 감정은 왜 생길까? 6
mage Credit : Osaka University

귀여움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개념은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입니다. 이 개념은 1943년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처음 제시하였죠. 그는 1973년 생리학·의학 부문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비교행동학의 거장입니다. 로렌츠는 귀여움을 유발하는 베이비 스키마의 7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습니다.

1. 큰 머리

2. 돔형 이마

3. 크고 깊은 눈

4. 짧고 두꺼운 팔다리

5. 동글동글한 몸

6. 부드럽고 탱탱한 피부 질감

7. 둥글고 튀어나온 볼

귀엽다는 감정은 왜 생길까? 7
사진 : http://c-planet.co.kr

이처럼 베이비 스키마란 아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신체적 이미지를 의미합니다. 이걸 보면 인간이 어린 아이나 강아지, 고양이를 보고 귀여움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있죠. 귀여움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행복한 기분이고 다른 하나는 보호 본능입니다. 각각의 반응을 느끼는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행복감은 호르몬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귀여운 대상은 인간에게 도파민과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시키죠. 도파민은 행복감을 주는 호르몬으로 긍정적인 감정 반응을 촉발시킵니다. 옥시토신은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리는데 인간의 감정적 유대감 형성에 관여하며 사랑에 빠졌다는 느낌을 줍니다. 즉 귀여운 것을 보면 인간은 호르몬에 의해 행복감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죠.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귀여움으로 인한 호르몬 반응이 때로는 인간을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1994년 심리학자 로널드 마젤라와 앨런 파인골드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똑같은 죄를 지었어도 피고인의 얼굴이 동안일수록 유죄 선고를 받을 확률이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귀여움에 대한 강렬한 선호가 인간의 이성적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점이 꽤나 놀랍지 않을 수 없죠. 이러한 점에서 미키마우스, 러버덕, 곰돌이푸, 둘리, 뽀로로, 푸바오 등 귀여움을 경쟁력으로 하는 수많은 캐릭터가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됩니다.

다음으로 보호본능은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포유류 새끼는 태어난 후 한동안 어른 동물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결국 포유류 종의 보존을 위해서는 어른 개체가 새끼들을 정성껏 돌보도록 진화해야 하고 귀여움이라는 감정이 이런 행동을 유발한다는 설명입니다. 영국의 과학잡지 ‘하우 잇 웍스(How It Works)’에서는 포유류와 달리 어류나 파충류, 곤충의 경우 어른 개체의 보살핌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귀여움을 느끼게 하는 베이비 스키마가 결여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이 다양한 동물 중 유독 포유류 새끼를 보고 귀여움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자연에서 귀여움이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강력한 무기라고 볼 수 있죠. 간혹 야생동물도 같은 종 또는 종의 벽을 넘어 남의 새끼를 기르는 입양 행동을 보이곤 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기르 국립공원의 아시아사자 암컷이 고아가 된 어린 표범 새끼를 1달 반 동안 제 새끼와 똑같이 돌본 사례가 있습니다. 이들도 귀여운 대상을 보고 보호본능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미키마우스를 만든 월트 디즈니는 만화가들 책상 위에 “귀여움을 유지하라(Keep it cute)!”라는 메모를 붙여뒀다고 합니다. 참기 어려울 만큼 행복감을 주는 귀여움의 대상이 주변 곳곳에 존재한다면 우리의 팍팍한 일상도 조금은 부드러워지지 않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진 게 여자가 남자에게 귀엽다고 하는 건 진짜 귀엽다는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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