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유연한 관절을 이용해 작은 박스, 길고 좁은 통로, 세면대, 동그란 어항 속에 잘도 들어갑니다.
작은 통로를 지나갈 수 있나 걱정이 되지만 고양이에게는 아무 문제가 안되죠.
그래서 우리는 ‘고양이 액체설’이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 고양이는 액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죠.
그런데 여기 고양이가 액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프랑스 리옹대학교 물리학연구소 연구원 ‘파르딘 마크 앙투안’ 은 고양이 실험을 통해, ‘고양이의 유변학에 대하여’논문을 ‘리올로지 불리턴'(RHEOLOGY BULLETIN)에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은 어떤 형태의 용기든 자유자재로 몸을 구겨 넣는 고양이들의 신비한 신체 능력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논문에는 “유변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물질의 상태는 고정된 속성값이 아니다. 물질의 상태가 변화하는 시간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즉, 고양이가 자신의 몸을 유연하게 용기에 맞추도록 충분한 시간 동안 관찰한다면 고양이도 ‘액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유변학은 물질의 움직임과 변형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특히 고체, 액체, 기체 등의 상태 중에서 물질이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성질을 보이는 현상에 대해 연구하는데, 예를 들어 액체이긴 하지만 고체인가 싶은 치약, 토마토케첩 등도 연구 대상입니다.
파르딘은 데보라 수를 도입해 고양이 유변학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는 고양이가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늘렸다 줄였다 하며 ‘박스’의 모양에 맞게 몸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고, 액체의 흐름으로 간주했습니다.
데보라 수는 물질의 변형이 일어나는 시간을, 관찰 시간으로 나눈 값인데 데보라 수가 1보다 크면 고체, 1보다 작으면 액체입니다.
즉, 형태를 유지하며 탄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물체는 고체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을 채우는 물체는 액체인 것이죠.
예를 들어 그림 (a)와 같이 뛰는 고양이는 관측시간이 1초 미만일 때, 고양이의 형태가 변화하는 시간이 1초보다 길어서 고체인 반면, 그림 (b)와 같이 와인잔에 들어있는 고양이는 수 분 이상 관측해도 빈 와인잔을 가득 채우게 되므로 관측시간이 수 분 이상일 때 이런 고양이는 액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 (c), (d)와 같이 아기 고양이에 비해 나이 든 고양이들은 어떤 용기에 몸을 더 빨리 모양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서 물질이 흐르는 시간이 적어져서 아기 고양이에 비해 더 액체의 특성을 갖게 됩니다. 즉, 결론은 “고양이는 액체일 때도 있고 고체일 때도 있다”라는 것인데, 연구에 의하면 흥분한 아기 고양이는 고체에 가깝고, 차분한 늙은 고양이는 비교적 액체의 성질을 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고체화된다고 하네요.
파르딘은 이 논문으로 2017년 이그노벨상 물리학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