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군사적·사회적 도발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 정부와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를 이용하여, 북한의 도발에 대응했죠.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상황을 알리는 대북 확성기에서는 남한의 기상 뉴스와 각종 라디오 방송,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K-POP 등이 흘러나옵니다. 원칙적으로, 타인의 창작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고, 일정한 사용료를 내야 하죠. 그리고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면, 허락을 받은 자는 사용 방법과 조건에 맞추어 창작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북 확성기에서 가요와 각종 뉴스를 내보낼 때도 이러한 저작권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을까요? 우리 정부와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에서 내보내는 음악에 대한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일까요? 오늘 영상에서는 대북 방송에 사용되고 있는 창작물에 대하여 지불되는 저작권료에 관해 다뤄보겠습니다.
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방송 역시 TV나 라디오와 같은 전달 매체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대북 확성기 또한 TV나 라디오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TV나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관계자의 주장이 타당할 경우, 대북 방송에 사용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있는 사람은 정부나 국방부에 대하여 창작물을 사용하는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많은 수의 대중을 상대로 창작물을 배포할 때는 저작권을 지닌 이에게 창작물 이용에 필요한 금액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입니다. 그리고 많은 엔터테인먼트, 즉 소속사들은 대북 확성기에서 나오는 자신들의 음원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죠.
하지만 대북 방송에 사용되는 곡에 대한 저작권료는, 현재로서는 지불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즉, 대북 확성기에서 음원 등의 창작물이 재생된다고 해도, 가수와 가수의 소속사 등의 관계자들에게 수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대북 방송의 저작권료 문제에 대하여, “대북 방송은 저작권법상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익’의 목적을 띤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발표의 뜻을 해석하자면, 대북 방송에서 음원을 재생한다고 하여,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해당 음원을 저작권과는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에 더하여, 대북 방송은 그것을 듣는 대상을 콕 집어 특정하지 않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창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물론, 저작권법에 따르면, 개인의 창작물인 음악을 대중 앞에서 연주하거나 재생하는 것은 ‘공연’ 행위에 해당해요. 그러나 공연 행위가 수익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제삼자로부터 공연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는다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확성기를 통해 음악을 내보낼 수 있어요. 이러한 사실은 저작권법 제29조 2항에서 비롯된 규정인데요, 저작권법 제29조 2항은 공연에 대한 이익을 받지 않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판매용 음원을 공중에게 공연하여도 저작권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이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저작권자에게 창작물 사용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현재 대북 방송은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여 대북 방송에 사용되는 음악 등의 창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언젠가, 대북 방송이 이 조건을 위반하게 된다면, 저작권료를 창작자에게 지급할 의무를 지게 되죠.
결과적으로, 대북 방송에 이용되는 음악에 대해서는 저작권료가 지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대북 방송에 사용되는 여러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료는 지불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네요. 수익 창출의 목적이 없고, 듣는 사람을 특별히 정하지 않는 대북 방송의 특징이, 대북 방송에 대하여 저작권료 지불 의무를 지우지 않게 한 것입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대북 확성기를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