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효율적인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면서도, 핵 쓰레기 처리 방안은 미래세대에 떠넘겨왔습니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 고준위 핵폐기물을 영구 처분장 ‘온칼로’를 만들었습니다.
온칼로는 올킬루오토섬 지하 450m 지점에 있죠.
원래 지하 연구를 위한 지하 암반 조사시설이었으나 적합성 평가를 거쳐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용도가 바뀌었습니다.
나선형의 터널을 따라 지하로 들어가면 핵폐기물을 넣고 봉인할 터널들이 줄지어 있는 형태이죠.
건설이 끝나면 최종 터널의 길이는 무려 50㎞에 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핀란드는 지각판 경계가 아닌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지진과 같은 재해의 영향을 받을 걱정이 없다고 해요.
그리고 온칼로가 위치한 지반 역시 단단한데 지하수가 거의 없는 화강암 암반은, 무려 20억 년 동안 압축되어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갈 가능성이 낮다고 합니다.
기반암에 물이 흐르는 균열이 있긴 하지만, 온칼로 터널은 이 부분을 피해 설계됐습니다.
사용 후 핵연료의 방사선량은 7천 밀리시버트로 직접 노출되면 대부분 하루 만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에요.
방사선 수치가 자연 상태로 떨어질 때까지, 무려 10만 년이 걸립니다.
지금까지 찾아낸 유일한 해법은 ‘심층처분’인데, 폐연료봉을 5cm 두께의 구리 캡슐, 캐니스터 안에 밀봉해 땅속 깊이 묻어버리는 방식이죠.
캐니스터가 묻힌 구덩이는 지하수가 스며들거나 새어 나오는 걸 막기 위해 벤토나이트라는 물질로 완전히 막고, 9천 톤 분량의 핵폐기물이 묻히면 이후 터널 전체가 콘크리트로 메워져 방폐장은 완벽히 지상과 분리합니다.
온칼로 내 핵폐기물은 6겹 갑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은데, 밀봉이 끝난 터널 위에 어린이가 지나가도 아무런 피해가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수만 년 이후 닥칠 수 있는 빙하기나, 미래 인류의 침입까지… 온칼로는 앞으로 10만 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했다고 합니다.
지난 2004년 첫 삽을 떴고, 100년간 9000톤(t) 가량의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게 되며 2120년에는 이 공간을 콘크리트 등으로 완전히 메운 뒤 폐쇄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또 있는데, 과연 10만 년 동안 미래 인류에게 ‘손대지 마시오’를 어떻게 알릴지입니다.
까마득한 훗날 인간이 지금과 같은 언어를 그대로 쓴다는 보장이 없고, 어딘가에 기록을 남겨도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기 때문이죠.
자칫 잘못했다간 인류의 후손들이 사용후 핵연료 통을 ‘숨겨 놓은 보물’로 오해하고 열어,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대기 중에 퍼지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이들은 걱정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마에 올랐는데, 핵폐기물 전문 회사인 포시바(Posiva)의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티모 아이카스는 “비석에 국제연합(UN)의 여러 공용어로 메시지를 적어 세워 놓는 건 어떠냐”라는 감독의 질문에 “일정 기간은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장기적으로는 유효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죠.
전문가들은 “여기에 당신들에게 유용한 물건은 없다. 위험한 장소이니 물러나라”하는 의미를 그림(일러스트)으로 표시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고, 또 에드바르트 뭉크의 그림 ‘절규’처럼 공포나 절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회화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문화적 전승을 통해 이곳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알려주거나, 수학적 기호로 미래 사람들이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경고를 남기자는 의견도 있고, 문서, 디지털 파일 등 다양한 형태로 이곳에 대한 정보를 보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서 기록을 보존하자는 말도 있는데 과연 10만 년 동안 유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아주 단단하고 견고한 방벽으로 막아도 인류가 10만 년 동안 존재한다면 발달한 미래 기술로는 어렵지 않게 열 가능성도 있죠.
어떤 방법도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방법들을 조합해서 사용하면 미래 사람들이 온칼로를 열지 않도록 할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어요.
물로 미래 세대가 이 공간에 무엇이 묻혔는지 알지 못하더라도 지상의 생태계가 계속 이어지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10만 년 동안 온칼로를 안 열게 할 좋은 방법이 떠오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