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을 하는 아이들을 달래는 것은 부모와 아이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들죠.
아이들은 특히 ‘채소’ 먹기를 아예 거부해 부모님의 애가 타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아이가 채소를 싫어하는 경우는 정말 흔해요.
아이들은 왜 채소를 싫어하는 걸까?
아이들은 미각이 성인보다 더 예민해서 채소의 쓴맛을 더 명확하게 느끼기 때문이에요.
아기들은 성인의 3배 정도 많은 미뢰를 가지고 태어나요. 미뢰는 척추동물에서 미각을 맡은 꽃봉오리 모양의 기관이죠.
미뢰가 많으면 채소의 쓴맛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고 해요.
그래서 채소를 싫어하는 편식 경향은 미뢰수가 줄어드는 8세 이전 유아기에 가장 두드러져요.
또 다른 이유는 입속의 화학물질 차이도 있는데,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 등 십자화과 채소 속에 들어 있는 화합물인 ‘다이메틸트라이설파이(Dimethyl trisulfide)’는 채소를 맛없다고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성분이에요.
이 화합물이 구강 내 특정 미생물과 만나면 썩은 냄새나 유황 냄새를 유발하죠.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팀은 유독 채소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는데, 연구팀은 6~8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로 구성된 98쌍, 총 196명의 참가자에게 타액 표본을 채취하고, 이를 콜리플라워 분말과 혼합해 발생하는 화합물을 분석했어요.
연구 결과, 참가자들의 타액과 십자화과 채소 분말을 혼합했을 때 생성되는 다이메틸트리설파이드의 양에는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었죠.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구강 내 미생물 군집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어요.
그러나 자녀는 대부분 부모와 비슷한 수준을 보여 유전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자녀와 달리 부모는 화합물 생성이 많아도 채소를 싫어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어렸을 땐 유전적인 영향으로 채소를 싫어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익숙해질 수 있는 거죠.
연구를 주도한 데미안 프랭크 박사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단맛에 대한 선호가 강하고, 쓴맛에 대한 수용은 훨씬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며 “이번 연구는 사람마다 채소의 맛을 다르게 느끼는 이유에 대한 잠재적 근거를 제공한다”라고 말했어요.
청소년기로 가면서 줄어들긴 하지만, 문제는 이 시기 때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지 못하면 편식성향이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더 큰 문제는 이 시기가 묘하게 자아존중감이 형성되어 가는 시기와 일치한데, 식습관이 좋지 않을 경우 자아존중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해요.
양육자는 자신이 먼저 채소를 즐겨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옥수수, 감자 등 달콤한 채소로 시작해 아이들이 채소도 맛이 있다는 사실을 알도록 해주고, 채소에 맛있는 소스를 첨가하거나, 채소 요리로 귀여운 캐릭터 등을 만들어 아이의 호기심을 돋우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