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평안북도의 한 어촌마을에서 주인집 식구들과 얼굴을 알고 지내던 이웃집 식구들이 아이를 등에 업은 채 평소와 달리 살금살금 어디론가 이동하하고 있었습니다.
주인 일행은 부두에 정착한 5t짜리 꽃게잡이 배에 올라탔는데, 그 숫자는 무려 21명이나 됐었죠.
이때 강아지 한 마리가 뒤에서 주인을 따라 무작정 배에 올랐습니다.
이 강아지는 시골에서 흔하게 볼법한 누렁이 ‘이리’였습니다.
배는 사흘 동안 쉼 없이 항해했고, 이들이 한국 해경에 발견된 직후 이리는 ‘탈북 1호 견’이란 칭호를 얻었습니다.
사료란 것을 구경해 본 적이 없는 이리는 초기 1년 동안 하나원에서 나오는 잔반을 먹었고, 멀건 죽만 먹으며 허기를 채우는 데 급급했던 북한과 달리, 기름진 식사가 꼬박꼬박 차져, 처음 왔을 때 말라 있던 이리는 어느새 포동포동하게 살이 졌다고 합니다.
이리의 초기 1년을 지켜본 목격자는 “처음엔 사람을 보면 겁에 질려 꼬리를 사타구니에 집어넣었는데 반년쯤 지나니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으르렁거리기 시작할 정도로 기가 살아났다”고 말했죠.
하나원 초기 석 달 동안은 주인이 밥도 가져다주고 자주 나타나 쓰다듬어 주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 대도시에 임대주택을 받은 주인은 ‘아파트에서 개를 기를 수 없다’는 말에 자리 잡을 때까지 이리를 하나원에서 키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주인을 따라간다고 해도 10평 남짓한 임대 아파트에 여러 식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처지라 이리까지 함께 살 형편이 되지 못했죠.
이리는 하나원에 남겨져 주인을 그리워하며 지냈습니다.
이리가 처음 살던 하나원 양주 분원에서는 그래도 사람들이 이리가 외로울 것이라고 친구 하나를 데려와 옆에서 머물게 했지만, 강원도 화천에 하나원 제2분원이 완공돼 이사 간 뒤에는 종일 홀로 외롭게 지내야 했죠.
그러다 1년 뒤 드디어 주인이 이리를 데려가려고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하나원을 나가서도 이리는 주인 가족과 함께 살 수 없었는데, 일하고, 학교에 가는 등 모두가 밖에서 열심히 사느라 배변 훈련이 안 된 덩치 큰 개를 작은 집안에 가둬서 키우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이리는 다시 다른 곳에 맡겨졌다고 합니다.
이리는 북한에서 주인과 있었을 때 더 좋지 않았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