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는 왜 대나무를 먹을까?

판다를 보면 주위에 항상 붙어있는 것이 있어요.

바로 대나무인데, 판다는 대나무를 너무 맛있게 먹어서 대나무가 맛있어 보일 정도죠.

일반 곰들을 보면 육식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판다도 엄연히 곰인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오직 대나무만 먹어요.

그것도 평균적으로 하루 12시간 동안, 12~38kg의 대나무를 먹어치우는 대식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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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는 왜 일반 곰들과 다르게 대나무만 먹을까요?

소와 같은 초식동물들은 소화가 어려운 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4개의 위와 긴 장을 가지고 있어요.

반면 판다의 소화기관은 일반 육식동물처럼 ‘간단한 위장과 짧은 소장’으로 이루어져 있죠.

판다의 이빨을 봐도 초식동물보다는 육식동물에 가까워요.

사실 판다도 초창기에는 다른 곰들처럼 육식을 했다고 해요.

판다가 대나무를 먹게 된 가장 유력한 학설은 ‘기후변화로 인한 미각의 변화’인데, 미국 미시간대 생물학과 지안지 장 교수 연구팀은 ‘판다가 고기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육식을 그만뒀다.”라는 학설을 발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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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먹을 때 느껴지는 ’감칠맛‘은 체내 ‘Tas1r1’수용체를 통해 느낄 수 있지만, 판다는 이 수용체가 퇴화한 것이죠.

수용체가 퇴화한 이유로는 ‘기후변화’를 꼽았는데, 당시 기후변화로 판다가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줄어들었고, 기후가 다시 변해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많아졌을 때는

이미 고기 맛을 느끼는 미각이 없어진 것이라고 했어요.

연구팀은 고대 판다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약 420만 년 전에 이 수용체가 비활성화됐고, 이로 인해 700만~200만 년 전부터는 고기 대신 대나무를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어요.

판다들이 왜 ‘대나무’를 선택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워요.

판다가 살던 곳이 대나무 숲으로 무성해졌고 다른 동물들과의 먹이 경쟁을 피해 대나무를 먹게 됐다는 게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가설이에요.

그래도 판다는 곰인데 어떻게 커다란 덩치에 고기 없이 영양가가 없어 보이는 대나무만 먹고 생존할 수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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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중국 학술원 푸웬 웨이 박사는 판다 15마리를 대상으로 위와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분석했어요.

연구진은 먼저 판다 대변 속의 RNA를 분석해 미생물 유전자 5,522개를 검출했는데, 분석한 결과, 13가지 다른 미생물이 존재하는 걸 확인했어요.

13가지 미생물은 육식동물 장에 있는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과 유사했지만, 그 가운데 7가지는 다른 포유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판다만의 독특한 장내 미생물이었어요.

연구팀은 이 클로스트리듐에게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3개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셀룰로스 소화효소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고 있었어요.

연구진은 이런 점을 토대로, “판다가 대나무에서 에너지를 추출해 낼 수 있는 건 위와 장에 있는 미생물의 효소 때문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판다는 턱과 이빨, 앞발 뼈 등이 강해지는 등 해부학적으로 진화했을 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도 대나무를 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강조했어요.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미국 코넬대 생물학과 루스 레이 교수는 “판다가 보유하고 있는 셀룰로스 분해 효소 양은 너무 적어, 초식동물은커녕, 잡식동물인 인간보다도 적은 양인데,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판다는 환경 적응도가 매우 낮은 동물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라고 말했어요.

레이 교수는 판다가 질 낮은 대나무만 먹고도 생존할 수 있는 건 위와 장에 있는 미생물뿐 아니라 엄청난 식성 때문이라는 학설을 발표했는데, 판다는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을 먹는 데 소비하는데, 이는 판다가 가진 미생물의 에너지 추출 능력이 매우 낮다는 걸 반증하는 거라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대나무는 단단한 셀룰로스 섬유 때문에 소화시키기가 어려운데, 판다는 대나무에 포함된 셀룰로스 대부분을 대변으로 그대로 배설해서 많은 양을 먹어야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겨우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어요.

그렇다 보니, 부족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판다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진화했는데, 과학자들은 판다의 하루 에너지 지출량 ‘DEE(daily energy expenditure)’를 계산한 결과, 판다의 에너지 지출량은 5.2MJ로 나왔어요.

이는 실험 전 예상치였던 13.8MJ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치인데, 5.2MJ은 움직임이 거의 없기로 유명한 세발가락나무늘보(three-toed sloth)와 비슷한 수준이죠.

그리고 판다는 에너지 소비가 큰 뇌와 신장, 간과 같은 장기의 크기가 작아지고 갑상선호르몬(thyroid hormone)의 분비량도 줄여 대사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진화했어요.

판다를 보면 대나무를 생각 없이 먹을 것 같지만, 나름 체계적으로 먹는다고 해요.

니 용강 중국과학아카데미 동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판다가 야생에서 어떤 먹이를 어떻게 섭취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중국 친산에 서식하는 암수 판다 각각 3마리에 무선 송신기를 부착한 뒤 움직임을 무려 6년 동안 관찰했어요. 

그리고 여기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판다가 먹는 대나무를 수거해 포유류의 3대 핵심 영양소인 질소와 인, 칼슘 함량을 측정했죠.

그 결과, 판다는 여러 지역의 대나무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으로 확인됐어요.

판다가 사는 곳엔 대나무 2종이 자생하고 있었는데, 산 위치에 따라 영양소의 분포가 달랐어요.

판다는 봄 짝짓기 철엔 해발 1,600m 산에 많이 분포하는 대나무의 죽순을 먹었는데, 이 죽순엔 질소와 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었고, 6월이 되면 대나무의 잎이 자라 영양분이 적어지기 때문에 해발 2,400m 산악으로 올라가 그곳에서 자라는 죽순을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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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되면 죽순에 부족한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칼슘이 많은 대나무 잎을 주로 먹었는데,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 시기에 따라 다른 위치에 있는 대나무를 먹거나 같은 대나무라도 여러 부위를 골고루 먹얶죠.

판다가 많은 식물들 중 대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아직도 완벽하게 밝혀졌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건 대나무를 너무 맛있게 먹고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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