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긴 한데 무섭기보다는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판다.
2014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판다 공동연구 합의 후 2016년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판다가 한국에 들어온 1994년 이후 22년 만이었죠.
우리나라에 가장 유명한 판다 푸바오, 푸바오가 더욱 인기 있었던 이유는 2020년 7월 국내 최초, 자연 번식으로 태어났기 때문이에요.
안타깝게도 푸바오는 2024년 4월 3일에 중국으로 갔어요.
푸바오는 왜 중국으로 가야 했을까요?
1973년 3월 워싱턴에서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상업적인 국제거래를 규제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채택된 ‘워싱턴협약’(CITES)에 중국이 1981년 가입했는데, 1981년 이전에 중국은 수교를 맺은 국가에 판다를 선물로 보냈지만, 가입 이후 보호 동물로 지정된 판다를 기증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대여’형식으로 변경되었어요.
이 협약으로 중국은 공식적으로 세계 유일한 판다 소유국이 되었죠.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라도 소유권은 중국에 있고, 4살이 되면 종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반환되는 것이 원칙이에요.
그렇다면 왜 판다는 중국에만 있을까요?
판다는 화석 기록에 따르면 800만 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고, 헝가리, 프랑스의 습한 삼림 지역에도 서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여러 번의 빙하기를 겪으며 많은 판다들이 사라졌지만 아시아 일부 지역인 중국 남부와 동부, 베트남과 미얀마 북부 지역에 서식하고 있던 판다들은 한파를 이겨내 생존할 수 있었죠.
하지만 기후 변화, 서식지의 변화, 인간 활동의 영향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어, 오늘날 중국 쓰촨(四川), 산시(陝西), 간쑤(甘肅) 지방의 고산 지대 대나무 숲에 제한적으로 서식하게 되었어요.
이 중에 쓰촨성은 2006년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돼 판다 보호구역 최대 서식지이죠.
판다들은 대나무 잎과 줄기를 하루에 12kg, 최대 38kg까지 먹고 살아가기 때문에, 대나무가 매우 풍부한 지역에서 살아요.
그리고 풍부한 대나무 숲은 판다가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주죠.
그러면 중국에 대나무 숲에 잘 살던 판다는 어쩌다가 개체가 없어진 것일까요?
판다는 1년 중 가임기가 최대 3일로 자연 번식능력이 약하고 태어난 새끼의 생존율도 낮아요.
새끼를 낳을 때는 한 마리 혹은 40~50% 확률로 쌍둥이를 낳죠.
안 그래도 번식이 느린 판다인데, 갑자기 사라질 사라질 뻔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인간 때문이에요.
판다는 청나라 때까지만 해도 큰 관심이 없었어요.
당초 야생 판다는 ‘대나무숲의 은둔자’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깊은 골짜기의 한정된 구역에만 살아 사람들이 거의 모르는 동물이었죠.
판다가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1869년 중국 쓰촨성 바오싱현에서 동식물 표본을 채집하던 프랑스 선교사 아르망 다비드가 사냥꾼으로부터 판다 가죽을 선물받은 다음부터인데, 이 판다 가죽이 프랑스 파리의 국립자연사 박물관에 처음 전시되자, 서양에서는 ‘판다 열풍’이 불었어요.
1928년 시카고 필드 자연사박물관은 중국 서남부의 동식물 표본을 수집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했는데, 이 조사단 중 한 팀이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두 아들 루즈벨트 형제였어요.
그들은 연구 여행이라는 목적으로 입국해 쓰촨성 다젠루에서 직접 판다를 사냥하고 기념사진을 남겼는데, 1929년 4월 13일 이 형제는 판다를 사냥한 최초의 외국인으로 기록되어 있어요.
이것이 서구권에 소개되면서 판다 남획이 시작되었죠.
유럽인들은 중국 현지인을 고용해 판다를 사냥했고 표본은 받았는데, 서양인들에게 판다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 자국민들도 판다 사냥이 늘었어요.
1930년대 초까지 미국과 유럽의 여러 기관에서 판다를 생포하려고 했지만 전부 실패했고, 1936년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모험가 루스 히크니스가 살아있는 새끼 판다를 대리고 미국에 가는데 성공했어요.
이 기록은 살아있는 판다를 해외로 반출한 최초의 기록이에요.
루스는 잡은 판다의 이름을 수린(蘇琳)이라고 짓고는 미국 브룩필드 동물원에 8740달러를 받고 팔았어요.
당시 원숭이 한 마리는 12$, 말레이곰 한 쌍이 250$이었기 때문에, 판다는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팔린 거죠.
브룩필드 동물원이 살아있는 판다를 공개하자, 언론에서도 신비한 동물이라며 기사를 냈고 대중들도 신기하게 생긴 곰을 보기 위해 동물원에 방문했는데, 동물원은 판다를 공개하고 약 3개월 동안 무려 32만 5천 명의 관람객을 모았어요.
이후 미국과 유럽 각지에 살아있는 판다에 대한 열기가 더욱 커졌어요.
결국 영국도 1938년 살아있는 판다를 확보해 전시회를 열었는데, 당시 판다 장난감은 테디베어 장난감 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하지만 판다에 대한 서구권의 관심과 열기가 높아질수록 판다 남획 문제는 더욱 심해졌어요.
중국 정부는 심각성을 느끼며 1938년 판다 사냥 금지법을 통과시켰고, 1년 뒤 해외 유출 금지하는 등 뒤늦게 대응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이미 판다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많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판다 불법 사냥이 정말 많았죠.
1941년 국민정부는 판다의 포획 및 사냥 금지령을 더욱 강화하며 모든 판다를 정부의 소유물로 독점했어요. 멸종 위기에 처한 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판다를 보내달라는 요청도 거절했죠.
20세기까지만 해도 살인범은 간혹 사형에서 감형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판다 밀렵범은 무조건 사형이었다고 해요.
밀렵이 실제로 판다 멸종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는 학술 연구 결과도 있어요.
2003년 국제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생물학적 대화(Biological Conservation)’에 게재한 ’밀렵이 자이언트 판다 보존에 미친 영향(The implications of poaching for giant panda conservation)‘논문에 따르면, 1200여 마리의 야생 판다 개체 수를 서식 환경에 따라 16개 집단으로 세분화했을 때 모든 밀렵 상황에서 총 개체 수가 감소하고 평균 소멸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도 판다의 멸종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인데, 국가임업초원국 발표에 따르면, 판다의 주 서식지인 중국 쓰촨성에서 경제개발 시기인 1974년부터 1989년 사이에 판다 서식지인 대나무숲이 절반인 50%나 줄었다고 해요.
결국 국제자연보전연맹은 1990년 판다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어요.
1999년 미국에서 발간된 국제 연구 보고서 ‘중국의 산림과 환경 파괴’에서도, 1998년 중국 정부가 산림 벌목을 정식 금지했지만 연료용 목재 확보와 도시 인프라 건설, 그리고 수력 발전을 위한 댐 건설을 위해 약 23㎢에 이르는 대나무 숲이 개간됐다고 집계했어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중국 지부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쓰촨성 야안 지역에서 81㎢의 자연림이 벌목돼 판다 서식지가 분열된 것으로 나타났죠.
이렇게 판다는 1980~1990년대 급격한 경제개발로 서식지가 줄어 개채수가 줄었지만, 다행히 2000년대 들어 서식지가 넓어지고 개채수도 많아졌다고 해요.
판다를 국보급 동물로 여기는 중국은 판다 보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국제자연보전연맹은 2016년 9월 판다의 개체수가 증가함에 따라 ‘위기종’에서 ‘취약종’으로 조정했죠.
‘취약종’이란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등급이지만,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하는 멸종위기종 등급 중 ‘위기종’과 ‘위급종’보다는 멸종 위험성이 낮은 등급이죠.
1980년대 1100마리에서 2024년 1900마리로 증가했고, 서식지 면적도 10년 사이 약 두 배가량 늘었어요.
모든 판다가 다 소중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푸바오, 판다 개체가 많아지면 과연 푸바오를 다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