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백인일까?

서양 미술에서 가장 많이 묘사된 인물인 예수의 외양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미술 작품 속의 예수는 늘 긴 머리와 긴 수염을 하고, 긴 소매와 망토를 두르고 있죠. 하지만, 정말 그의 실제 모습이 이러할까요? 계속되는 예수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예수가 백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예수는 백인이 아닌 것일까요? 예수가 백인이 아니라면, 왜 서양에서 창작된 미술 작품에는 예수가 백인인 것처럼 묘사되었을까요? 오늘은 예수가 백인으로 표현된 배경과, 예수의 실제 모습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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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예수는 유대인입니다. 예수가 태어난 곳은 팔레스타인의 주도 베들레햄이고, 이곳은 유대인들이 삶을 영위하는 지역이죠. 누가복음 3장에 따르면 “주님은 유다의 후손임이 분명하다.”라는 구절과 “나이는 30세쯤이다.”라는 구절이 나와요. 그리고 유대인은 중동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서양의 백인과는 외적인 차이가 큽니다. 이 모든 정보를 조합하면, 실제 예수의 모습은 이러할 가능성이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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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2001년 BBC 다큐멘터리에서 공개되었는데, 예수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수염을 길게 길렀고, 곱슬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외양을 연구한 리처드 니브 전 맨체스터대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예수가 당시 유대인의 전통에 따라 수염을 길렀을 것으로 추정했죠. 그리고 성경에서 바울이 “남자가 머리를 길게 기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한 점에 비추면, 예수가 긴 머리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분명해집니다. 이처럼, 유대인으로서의 예수의 외양은 예수가 백인이라는 관념에 정면으로 반대됩니다.

더욱 최근 발표된 예수의 외양에 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는 30세가 될 때까지 목수로 일했다고 하는데요, 당시의 목수들은 옥외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피부색이 검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예수의 키는 약 150cm 정도이고, 몸무게는 50kg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죠. 예수를 묘사한 작품에서, 예수는 상당히 잘생긴 남성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는 키가 작고 못생긴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이사야서에 적혀 있죠. 이처럼, 예수의 실제 모습은 우리가 그동안 생각하던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왜, 예수의 모습은 이토록 미화되었던 것일까요? 어떤 과정을 통하여 이렇게 변형되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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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오랫동안 서구에서 발달하였는데, 그 때문에 성경에 대한 연구는 서구화된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계몽주의 시대가 지난 후, 인간 이성에 대한 낙관주의는 성서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여기게 하였어요. 따라서 과학주의가 발달한 서구에서 예수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발달했고, 이에 따라 예수가 백인이라는 이미지가 전 세계에 각인된 것이죠. 또, 식민지 시대 서구 유럽에서 백인의 모습을 한 예수를 전 세계에 배포하였고, 이에 따라 19세기에 활동하던 일부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백인으로 표현하여 예수가 백인이라는 허구적 사실을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였다는 것 또한 일리가 있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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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예수의 이미지가 백인으로 각인된 배경은 사실, 약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4세기경부터 조각상을 통해 신을 숭배하는 전통이 점차 뿌리를 내렸고, 이에 따라 예수의 구체적 모습을 구현해야만 한 조각가들은 예수를 백인의 모습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6세기 경에 제작된 ‘그리스도 판토크라토르(Christ Pantocrator)’는 예수가 백인이라는 사실을 못박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죠.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고대 신화 속 올림포스 신들의 조각상을 본뜬 모습으로 예수를 표현했고, 20세기에 들어서도 예수는 여전히 잘생긴 백인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외, 제피렐리 감독의 ‘나사렛 예수’,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라는 영상 미디어에서 예수가 꽃미남으로 묘사되기도 했죠. 이처럼 대중에게 예수의 모습은 미남으로 각인되었습니다.

예수가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관하여 분명히 확정할 수는 없지만, 예수의 외양은 문제가 될 것이 아니고, 예수가 전하고자 하는 참된 뜻이 중요한 것이죠. 따라서 예수님의 이미지는 문화적 토양에 따라 토착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세간의 중론입니다. 과연 과학적으로 밝혀진 예수의 외양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기독교는 이렇게 커질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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