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어른들에게 적어도 한번은 들어본 말이죠.
이 말을 들으면 썩 기분이 이 좋지가 않죠.
과연 정말 요즘 아이들만 버릇이 없고, 버릇이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은 어렸을 때 모두 말을 잘 들었을까요?
과연 언제부터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었던 것일까요?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이 말은 생각보다 정말 오래되었어요.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존재하기 한참 이전부터 유명했던 말이죠.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1792년에서 1750년에 바빌론을 통치한 함무라비 왕이 반포한 고대 바빌로니아의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에는 ‘요즘 아이들이 영 버릇이 없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비슷한 시기 수메르 시대 점토판에는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도대체 왜 학교를 안 가고 빈둥거리고 있느냐? 제발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 너의 선생님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항상 인사를 드려라”라고 아버지가 아들을 꾸짖는 기록이에요.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와 파피루스에도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죠.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작품,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문학의 가장 오래된 서사시 일리아스(고대 그리스어: Ίλιάς)에서는 “고대의 장수들은 혼자서도 가뿐히 돌을 들어 적에게 던졌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두 명이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라는 표현이 있어요.
비슷한 시기 그리스 서사시인 헤시오도스는 “내가 어릴 때에는 조신하게 행동하고 어른들을 존경하도록 배웠으나 지금의 청년들은 지나치게 약삭빠르고 규율을 참지 못한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 두 사람은 기원전 8세기의 사람이에요.
기원전 425년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소크라테스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음식을 개걸스럽게 먹으며 스승에게도 대든다”라고 말했죠.
1311년 알바루스 펠라기우스는 “요즘 대학생들 정말 한숨만 나온다. 요즘 대학생들은 선생들 위에 서고 싶어 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논리가 아닌 그릇된 생각들로 도전한다. 그들은 강의에는 출석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고 그릇된 논리로 자기들 판단에만 의지하려 들며, 자신들이 무지한 영역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 그들은 멍청한 자존심 때문에 자기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창피해하며, 그렇게 해서 그들은 오류의 화신이 된다“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은, 서양에서 건너온 것은 아니고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기록이 있어요.
기원전 3세기 전국시대 한비자 오두(五蠹)에서 “젊은 녀석이 있어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욕해도 움직이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 모른다. 이처럼 ‘부모의 사랑’, ‘동네 사람들의 행실’, ‘스승의 지혜’라는 세 가지 도움이 더해져도 끝내 미동도 하지 않아, 그 정강이에 난 한 가닥 털조차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라고 쓰여있죠.
(今有不才之子, 父母怒之弗爲改 鄕人譙之弗爲動 師長敎之弗爲變. 夫以 ‘父母之愛’ ‘鄕人之行’ ‘師長之智’ 三美加焉, 而終不動, 其脛毛不改.)
1977년에 작성된 일본 논평 “예로부터 ‘요즘 젊은이는 안돼’라는 말이 있었지만, 특히 지금 젊이들은 심하다. 우선 당사자들의 의식 자체가 없다. 게다가 독립할 생각도 없고 항상 무엇인가에 의존하려 하고 소비에만 치중하며, 뭐 하나 직접 만들지도 못하면서 그저 비판만 할 뿐’손님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중대한 사태이며 일본 사회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
한국에서도 신문에 버릇이 없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나온 적이 있는데, 이렇듯 기록에 따르면 인간은 적어도 기원전 18세기부터 싸가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여요.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에 대해 오래 연구하고 나온 결과가 있는데, 미 뉴욕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 연구진이 무려 70여 년 동안 세계 60개국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젊은이들이 과거에 비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일종의 ‘영원한 착각’ 이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어요.
이 연구는 주 저자인 애덤 마스트로얀니의 컬럼비아대 박사학위 논문(심리학)이기도 하죠. 연구진은 1949년에서 2019년 사이 미국에서 실시된 177개의 도덕적 가치 관련 설문 조사 내용을 살펴봤어요. 그 결과 전체 설문 항목의 84%에서 대부분의 응답자가 도덕성이 떨어졌다고 응답한 것을 확인했죠.
응답자의 비율도 연도별로 큰 차이가 없었는데, 1996~2007년 실시된 다른 59개국의 58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고, 비율도 86%로 미국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죠.
어쩌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젊은 것들은 영원히 어른들 성에 안 찰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당시에 이를 반박하던 유명인도 당연히 있어요.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라틴어는 옛사람들이 말인데 그렇다는 건 옛사람들이 더 똑똑하다는 전제를 까는 것이다. 그런데 내 친구가 해석한 고대비에서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글귀가 있는데, 지금도 하는 말을 그 시대에도 하는 걸 보면 옛사람인들 지금 사람들보다 딱히 똑똑한 것 같지는 않다”라고 했고, 영국의 작가이자 언론인 조지오웰은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라고 말했죠.
여러분은 여러분보다 어린 사람들을 싸가지 없다고 어리석다고 생각하시나요?
어쩌면 어린 왕자에 나오는 명대사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을 말 일 것 같아요.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