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식사할 때 젓가락질을 잘못하면 한 번씩 듣는 말이 있죠.
“젓가락질을 잘못 배웠구나”, “다 큰 애가 젓가락질이 그게 뭐냐”, “상견례 때 젓가락질 못하면 안 좋게 본다” 식사할 때만 되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인이 되는 기분이 들고, 괜히 식사 자리를 피하게 되죠.
젓가락질을 못하면 긍정적인 얘기는 들을 수가 없어요.
젓가락질을 어떻게 하든 불편함 없이 식사를 잘할 수 있는데, 젓가락 예절은 왜 이렇게 중시되는 걸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삼국 시대 이후 귀족층이 중국으로부터 식문화를 받아들이며 젓가락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어요.
조선 시대에도 젓가락이 사용되긴 했지만,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죠.
당시 식단은 주로 밥과 국 위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에요.
젓가락을 쥐는 방식은 어땠을까요?
조선 시대 상류층은 각자 밥상을 따로 두고 식사를 했기 때문에 남이 젓가락을 어떻게 쥐든 상관없이 ‘사생활의 영역’으로 취급했어요.
서민들이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민속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젓가락을 쥐는 방법이 다양하게 나타나요.
X자로 쥐든, V자로 쥐든, 11자로 쥐든 상관없었죠.
다양한 민속화를 살펴보면 오히려 X자 형태가 더 지배적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올바른 젓가락질을 따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젓가락질 예절을 따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가 아니라고 해요.
음식인류학자인 주영하 교수에 따르면, 이 문화는 일제 강점기 이후에 형성되었어요.
엄격하게 젓가락질 예절을 따지는 일본의 영향이 우리나라에 전파되어 지금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거죠.
일본은 19세기말부터 한반도에 끈기가 많은 자국 품종 쌀을 이식했어요.
그 결과 동남아 쌀처럼 찰기가 없어 숟가락으로 떠먹는 게 편했던 우리나라 토종 쌀은 사실상 사라지고 말았죠.
1910년대에는 조선총독부가 ‘일회용 젓가락 쓰기 운동’을 펼치며 젓가락이 더 위생적이라는 인식을 퍼뜨리기도 했어요.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는 ‘내선일체’의 일환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도시락을 먹을 때도 일본식 젓가락질인 ‘V자’ 형태를 사용할 것을 강요했다고 해요.
학계에서는 1960~197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젓가락 담론’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어요.
당시 일본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젓가락 교정기가 발명되었고, 심지어 ‘젓가락 박물관’까지 등장했죠.
일본에서는 젓가락질 예절을 특히 중시해요.
젓가락으로 식기를 두드려서는 안 되고, 음식을 주고받는 것 또한 안 되고,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비벼서도 안 되며, 밥에 젓가락을 꽂아 놓아도 안 돼요.
젓가락을 교차시키거나, 젓가락을 든 채로 ‘잘 먹겠습니다(いただきます, 이타다키마스)’라고 말하거나, 젓가락으로 식기를 끌어당기거나, 젓가락 끝을 타인을 향하도록 두거나, 젓가락을 숟가락처럼 쥐는 것도 안 되죠.
주영하 교수는 구한말을 겪었던 할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젓가락 없이 숟가락으로만 식사했으며, 김치나 깍두기는 숟가락 손잡이로 찍어 먹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어요.
지금도 우리나라는 수저를 함께 사용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죠.
젓가락을 어떻게 쓰든,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그게 최고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젓가락질 지적을 받아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