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척, 어쩌다가 긍정의 상징이 되었을까?

일상생활에서 엄지를 치켜드는 경우가 있죠. 맞다고 말하는 대신 엄지를 치켜들거나, 음식이 맛있을 때, 사진을 찍을 때 등 여러 긍정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엄지 척’을 많이들 합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동작은 언제부터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긍정의 상징, ‘엄지 척’은 지금과 달리 그렇게 순수한 손동작이 아니었어요. 고대 로마에서는 검투사들이 경기를 할 때, 상대 검투사를 살릴지 죽일지 관중과 황제에게 묻는 문화가 있었어요. 이때 사람들은 대답을 하는 대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아래로 내리며 검투사의 운명을 결정했죠.

하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추측도 있어요. 즉, 반대와 부정을 표현하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웠다는 것이죠. 수 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엄지 척’, 어쩌다가 이렇게 의미가 변화한 것일까요?

1872년 프랑스의 화가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이 그린 이 유명한 그림에는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한 관중들 앞에서 죽은 검투사들이 표현되어 있어요.

엄지 척, 어쩌다가 긍정의 상징이 되었을까? 2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은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감독했을 때 이 작품에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그리고 이 그림에서 엄지손가락의 방향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죠. 원래는 관중보다는 심판, 즉 황제가 검투사들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엄지를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해결 된 상태죠.

로마 문헌 학자들의 의견도 모두 달라요. 라틴어 원문은 해석하기 참 어렵다고 하는데, 고대 로마의 역사적, 고고학적, 문학적 기록에 따르면, 엄지손가락이 위로 향했는지, 아래로 향했는지, 수평을 이루는지, 아니면 손안에 숨기는지가 긍정 또는 부정을 나타낸다는 근거는 미흡하다고 해요.

2세기 로마 시인 ‘데키무스 유니우스 유베날리스(Juvenal)’의 시도 모호하게 표현되었죠. 그의 대사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었습니다.

1. Now they give shows of their own. Thumbs up! Thumbs down! And the killers, spare or slay.

(이제 그들은 그들만의 쇼를 합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세요! 엄지손가락을 내리세요! 그러면 살인자는, 살려 주거나 죽입니다.)

2. To-day they hold shows of their own, and win applause by slaying whomsoever the mob with a turn of the thumb [up for slay, down for spare] bids them slay.

(오늘날 그들은 그들 자신의 쇼를 열고, 죽이기 위해 치켜세우거나 살려 주기 위해 내린 손가락으로 관중이 죽이라고 명령한 이들을 죽임으로써 박수를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제롬의 그림은 패배한 검투사에게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리는 것은 삶을, 아래로 내리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생각을 크게 대중화시켰죠.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로마 경기장과 엄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도 해요. 조사 결과, 많은 이탈리아인들은 엄지손가락을 미군이 만든 바디 제스처라고 답했죠. 실제로 조종사들은 비행 전 점검을 마친 후 양손 엄지손가락을 세워 이륙(take off)하겠다는 수신호를 보내기도 하죠.

그렇다면 언제부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동작이 긍정을 의미하게 되었을까요?

처음으로 ‘엄지 척’을 긍정으로 표현한 기록은 1917년 ‘아서 가이 엠피'(Arthur Guy Empey)의 <Over the Top>이라는 책이었어요. 제1차 세계 대전 중 영국군에 복무한 미국인인 Empey는 영국 군인들이 ‘모든 것이 잘 되었다’는 의미를 표현할 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고 설명했죠.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간헐적으로 사용되던 이 제스처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며 미군이 널리 퍼뜨렸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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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 의미가 너무나 당연한 ‘엄지 척’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제스처 중 하나죠.

위로 올린 엄지로 ‘좋아요’, 밑으로 내린 엄지로 ‘싫어요’를 표현하는 것이 전 세계에 빠르게 각인된 건 SNS 덕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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