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실수로 떨어뜨려 바로 주워서 입으로 불고 먹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누구나 한 번쯤 ‘바닥에 떨어뜨린 음식을 3초 안에 먹으면 안전하다’는 소위 3초 룰을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이 ‘3초 룰’은 관대한 서구권에선 ‘5초 룰(5 seconds rule)’로 알려져 있죠.
이 설은 음식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흔히 나오는 말로, 떨어진 지 3초 이내에 음식을 주워 먹으면 괜찮다는 설입니다.
3초 룰의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바닥에 세균이 붙기 전에 주웠으니 괜찮다’라는 말인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떨어지는 순간 이미 더럽다’라며 질색을 해요.
정말 바닥에 음식을 떨어뜨리고 3~5초 내로 다시 주워 먹으면 괜찮을까요?
이 같은 의견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초 룰’ 혹은 ‘5초 법칙’의 기원은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 연구에서 찾을 수 있어요.
연구팀이 잼을 바른 빵, 파스타, 햄, 비스킷, 말린 과일을 깨끗이 청소한 방바닥에 떨어뜨린 뒤 3초, 5초, 10초 간격으로 세균 번식 속도를 관찰했죠.
그 결과, 설탕이나 소금 함량이 많은 음식인 잼 바른 빵이나 햄 등은 3초 내에 주우면 박테리아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비스킷은 가장 안전한 음식으로 꼽혔는데 10초가 지난 뒤에도 박테리아가 나타나지 않았죠.
반면, 파스타와 말린 과일은 바닥에 떨어진 지 3초 만에 세균이 일부 검출되었어요.
하지만 위 실험에는 깨끗이 청소한 방바닥에서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영국 애스턴 대학교의 앤서니 힐튼(Anthony Hilton) 박사 연구팀은 음식이 떨어졌을 때 이동시간에 따라 세균이 바닥 표면에서 떨어진 음식으로 옮겨가는 양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2014년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떨어진 음식을 빨리 주울수록 세균에 덜 오염된다는 게 박사의 의견이었죠.
연구팀은 카펫이나 합판, 대리석 타일 등 다양한 실내 바닥재에 토스트·비스킷·햄 등의 음식을 떨어트리고 대장균·포도상구균 등 일반적인 박테리아의 이동을 관찰했습니다.
힐튼 박사는 “일주일에 한 번 바닥 청소를 한 가정에서는 떨어진 모든 음식을 주워 먹어도 괜찮다”라며 “실내 바닥의 경우 떨어진 음식이 세균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모든 음식이 ‘5초 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힐튼 박사는 “파스타, 도넛, 아이스크림 등 수분이 많은 음식은 바닥에 오래 머무를수록 많은 박테리아를 흡수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세균 오염은 바닥재의 종류와도 연관이 있는데, 카펫 류의 바닥재일 경우 세균은 떨어진 음식으로 잘 이동하지 않지만, 합판이나 타일 등에서는 세균이 음식으로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이는 합판이나 타일의 재료인 리놀륨은 평평한 소재여서 음식과 접촉 면적이 넓지만, 카펫은 면직물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음식과 접촉 면적이 적어 세균의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죠.
2016년 NASA의 과학자 마크 로버(Mark Rober)와 마이크 미챔(Mike Meacham)의 실험에 의하면, 음식의 수분 함량은 세균 이동에 굉장히 중요한 요인인데, 과일 같은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의 경우 세균 이동이 빠르지만, 비스킷처럼 수분이 거의 없거나 잼을 바른 빵 같이 달고 짠 음식의 경우 세균 이동이 거의 없어 감염 위험이 낮다고 했습니다.
마크 로버는 “박테리아는 정원의 달팽이보다 67배 정도 느린 속도인 시간당 0.000724km/h의 속도로 움직인다”라며 매우 느린 속도라고 했아요.
하지만 표면이 젖어 있다면 속도는 매우 빨라진다고 강조했죠.
바닥이 젖어 있거나 음식에 물이 많을 경우 그 음식은 순식간에 살모넬라균·리스테리아균 등으로 범벅이 되기 때문에, 안 먹는 게 낫다는 의미예요.
한편,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단 1초만 지나도 먹지 않는 게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럿거스대 연구팀은 수박, 버터를 바른 빵, 젤리, 사탕을 타일, 카펫 등에 떨어뜨렸을 때 박테리아 번식 정도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수박에서 가장 많은 박테리아(97%)가 검출됐고 버터 바른 빵(94%), 젤리(62%) 순으로 많았습니다.
수분이 많은 음식일수록 마른 음식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가 달라붙었고 음식이 바닥에 닿자마자 박테리아가 표면에서 음식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어요.
이 과정은 채 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샤프너 교수는 “1초 뒤에 음식을 주워들었을 때도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기 충분한 양의 박테리아에 오염이 돼 있었다”라며 “떨어진 음식은 1초만 지나도 박테리아에 즉시 오염되기 때문에 ‘5초 법칙’은 완전히 틀렸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다른 의견도 있었는데, 2016년 인디애나 대학교 소아과 교수인 ‘애런 캐럴’(Aaron E Carroll)은 “바닥보다 싱크대, 주방, 냉장고 손잡이가 더 더럽다”라는 타임지 기사를 통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캐럴 교수는 “부엌 바닥은 약 1제곱인치(6.4516 제곱센티미터)당 3개의 박테리아 감염군을 가지고 있지만, 냉장고 손잡이는 5개이며 부엌의 싱크대는 5.75개로 바닥보다 더 더럽다”면서 “심지어 변기도 1제곱인치당 0.68개의 박테리아 감염군을 갖고 있는데 손을 가져가는 문 손잡이는 34.65개, 주방 도마는 15.84개로 우리는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걱정하기보다 손을 깨끗이 씻는 편이 감염을 막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죠.
다른 과학자는 5초가 아니라 50초가 지나도 괜찮다면서 “어차피 음식을 올려놓는 식탁과 손이 더 더럽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떨어뜨린 음식을 물로 씻으면 어떨까요?
만약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빠르게 주워 물에 씻어먹는다면 세균이 씻겨나가고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을까요?
영국 데일리메일의 내과 의사 웬디 레브레는 “보통 음식은 물에 헹구면 먼지나 머리카락 등 눈에 보이는 오염물질이 제거되지만 바닥에 떨어져 감염된 세균이나 박테리아는 제거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로 음식을 아무리 씻는다고 해도 한번 붙은 세균과 박테리아는 떨어뜨리기 어려운 것이죠.
‘3초 룰’을 실제로 시행한 제과회사가 있는데, 2007년 일본의 한 방송에서 ‘후지야’ 직원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3초 안에 집어 들면 괜찮다’라며 제조 과정 중 바닥에 떨어진 식재료를 3초 안에 주워들어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했다고 했는데, 위생에 집착하는 일본 회사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라 당시 전국적으로 비난을 받았고, 결국 후지야는 사과후 ‘3초 룰’을 폐지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깨끗한 음식을 먹어도 병에 걸리는 사람은 걸리고, 아무리 더러운 음식을 많은 먹어도 계속 건강한 사람이 있어요.
여러분은 바닥에 떨어뜨린 음식을 드려보셨나요?
저는 많이 있습니다.
바닥이 더러워 보이면 닿은 부분을 잘라먹었던 적도 있네요.